- 회사가 싫은 데 다른 일 하자니 겁나고..
회사다니자니 힘들어 죽겠고, 그만두자니 막막하고, 여러 직장인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변호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귀농을 한다던가, 10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잘 가르치다가 돌연 한옥집에서 염색을 하는 사례 등도 종종 티비나 신문에 소개되기도 합니다. 용기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쫙 피며 '따봉'을 외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저래서 먹고 살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바로 생계의 문제 때문일 텐데요. 하고 싶지만 서울에서 살아남기도, 결혼하기도 힘들 것 같아 망설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나는 괜찮은데..우리 자식은? 우리 노부모님은?' 이런 일련의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결국 단념하고 맙니다.

후회하지 않으면 모를까, 여기에 후회도 한다면 더 힘들어 질테지요. 심지어 안철수 교수마저도 남부터미널 사무실에서 밤을 새면서 '동기동창들은 의대교수하고 있는 데 나는 뭘 하는 거지..'하면서 좌절했다고도 하는데요.

결국 안 교수는 성공합니다. 의대 교수를 과감히 그만둘 수 있었던 안 교수의 비법은 뭘까요? 박경철 원장은 이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 할까요? 청춘콘서트의 강의에서 나왔던 내용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박경철 : 여러분이 안고 있는 고민이 종류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 고민의 문제, 일단 이 문제에 대해서 내가 주인이 되기 위해서 먼저 풀어야 될 상황 같기는 한데, 선생님은 고민 같은 거 안 하시죠?


안철수 : 아이, 왜요? 고민이 굉장히 많았고요. 특히 사소한 고민을 사실 저도 많이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게 인생에 있어서의 중요한 진로결정 같은 것들. 예를 들면 제가 가장 고민했던 것들 중에 하나가 의대교수 시절에 그걸 그만두고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고 전혀 안 해 본 경영자가 되는 그때 고민을 많이 했고요. 그리고 또 잘 나가는 회사 사장일 때 그걸 다 그만두고 미지의 세계로, 학생들 가르치는 대학교수로 변신할 때 그럴 때도 고민을 참 많이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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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 그런 고민은 내가 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현재 어려움입니까? 아니면 진짜 좌절 속에서 이대로 주저앉고 싶은 그런 고민들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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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 우선은 제가 처해 있는 환경, 상황들을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제가 원하는 고민을 시작하거나 도전을 했던 것은 전혀 아닙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도전’, ‘기회’ 이런 게 말은 멋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 보면 그게 제가 적극적으로 찾았다기보다 오히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열심히, 열심히 하고 있다 보니까 어느 새 어떤 선택이 저한테 성큼 다가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인생에 중요한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하는 것도 자기가 찾을 때만 그렇게 생기는 게 아니라는 오히려 자기한테 맡겨진 일을 꾸준히 그냥 한 눈 팔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도 그런 것들이 오는 구나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어떤 분은 이러세요.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된다! 예를 들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고, 뭔가 더 나한테 적성에 맞는 일이 있는데, 그러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완전히 다 버리고 정말 미지의 세계로 뛰어드는 이런 것을 다들 ‘도전’, ‘선택’이라고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고민이 되어서 놓지 못하겠다는 젊은 분들이 많지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했냐하면요, 의대에서 열심히 의사로서 살았어요. 그러다가 제가 논문을 쓰는데 컴퓨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컴퓨터를 배웠어요. 그러니까 제가 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아서 한 눈 팔려고 했던 게 아니고, 무슨 게임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고, 논문 잘 쓰려고, 제가 하던 일 잘하려고 수단으로써 컴퓨터를 배웠어요.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컴퓨터바이러스라는 게 생겼는데, 피해가 큰데 아무도 이것을 치료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시작이 됐던 일이거든요. 무슨 그 당시에 ‘도전’, ‘선택’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의사 그만 두고 이쪽으로 뛰어들었어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게 그럴 수 있는 형편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했던 방법이 두 가지를 같이 했어요. 7년 동안. 그래서 7년 내내 하루 종일 의사로서 열심히 살고 나머지는 시간을 만드는 수밖에 없죠.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서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시간을 만들어서 그 시간에 열심히 일을 했어요. 그것을 7년을 계속 하다보니까 이제는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무슨 갖고 있던 걸 다 포기하는 게 ‘도전’이 아니라 진정한 도전은 자기가 지금 해야 되고,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다른 분야에 대한 나름대로 그 깊이 쌓아가는, 또는 시행착오, 자기하고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시행착오를 열심히 해야 지요. 단 고생할 각오는 해야 되고요.

둘 다 욕심이 나면 사실 2배 고생하면 돼요. 그게 아니고, 나는 지금 노력에 대해서는 현재를 유지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는 건 오히려 과욕인 것 같아요. 그게 가능하지도 않고요. 그런 식으로 그런 고민들을 하면서 마지막에 선택을 한 것이지요. 7년 동안은 병행을 하고 나서 마지막에 한쪽으로 택했던, 그 과정에서의 고민,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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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 비슷한 질문을 청년들한테 많이 받는데요, 청년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전공이 잘못된 것 같은데, 적성에 맞지 않는데 이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내지는 “현재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이게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생각이 깊지 못했을 때 어쩌다 이 길로 들어서서 살아가기 위해서 이 길을 가고 있지만 나는 끊임없이 이 길을 벗어나기 위해서 고민하고 있다. 이걸 그만 두고 과감하게 내가 원하는 쪽으로 달려가는 게 옳을까?”라는 질문을 가끔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제가 되묻습니다.

먼저는 좀 따가운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다른 것을 꿈꾸는 것이 현재 자신의 나태함과 태만함에 대한 혹시 위선적 도피는 아니냐. 내가 현재 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계점을 넘어서는 것이 힘들다고 해서 혹시나 다른 것을 잘 할 수 있는데, 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지금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

세상에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재미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다. 어떤 일이든 처음에는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엄홍길 대장이 에베레스트 14좌 완등을 해서 태극기를 꽂을 때의 쾌감을 얻기 위해서는 손톱이 빠지고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는 극한의 고통을 넘어서면서 바위를 오르며, 그 고통을 이겨낸 다음에 그 기쁨을 느끼게 되고, 그 기쁨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1봉, 2봉, 3봉, 4봉 을 넘어서 14봉까지 가는 자기의 기쁨의 단계로 들어설 수 있다. 그런데 혹시 당신은 기쁨이라는 것을 배우기 이전까지의 노력을 혹시 포기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라고. 


 



- 둘 다 열심히 하는게 가능할까?
또래 친구들과 다른 방면의 방향을 달리는 제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준 내용이었습니다. 이제 노부모를 모실 나이가 되서 빨리 취업을 해야 되지 않을 지, 너무 이상적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이거든요. 용단을 내려서 갈 길을 선택했다기보다 일단은 잠시 취업 전선을 내려놓고 의미있는 다른 것을 해보자라는 결심이었는 데요. 그렇게 자원봉사라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집안의 반대와 신혼인 형이 사회에서 가장으로 사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데, 제 안에 웅크리던 불안감이 슬며시 나오더군요. 

도태되지 않을까 후회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감, 어쩌면 안 교수님의 말처럼 '하고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선택이 다가온다' 가 맞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그 하고 있는 일 열심히 한다는 것도 사실, 다들 토익공부, 전공공부 열심히 하는 데 도전이라기보다 안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좋은 스펙 쌓아서 돈 많이 주는 직장 가는 상황이거든요.

낮에는 의대교수로, 밤에는 컴퓨터개발자로 산다는 것이 아무나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진짜 좋아한다고 해도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고 그 정도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도 매우 힘들지요. 저 역시 학업과 자원봉사를 두 가지 다 최선을 다 하려고 했는 데, 결국 과부하가 일어나서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안샘은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또한 덧붙였습니다.

안철수 : 저도 시험 속에서 파묻혀 살았는데, 이런 경험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영어시험, 수학시험이 앞에 놓여 있는데, 영어시험 먼저 보고 수학시험을 나중에 보는 상황이라면 영어시험을 공부하다 보면 양도 정해져 있는 상태라 갑갑한데 우연히 수학책을 뒤져보면 참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아, 내가 지금은 정말 싫은데, 영어시험만 끝나면 이렇게 재밌어 보이는 걸 열심히 할 수 있겠지.’ 했거든요.

막상 영어시험 끝나고 수학시험을 봐야 해서 범위가 정해지면 갑자기 너무 너무 하기 싫더라고요. 오히려 영어책을 뒤져보면 그게 재밌어 보여요. 그래서 몇 번 속았어요. 그래서 계속 속다보니 나중에 깨달았던 게 ‘아, 이게 그거구나’ 싶은 거예요. ‘지금은 내가 여건이 안 좋아서,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만 여건이 나아지면 나 잘할 수 있어.’ 이렇게들 생각하시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 내 능력이더라고요. 내 여건이 아무리 좋아져도 그 이상 잘할 수가 없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지금 영어 시험공부 할 때 나름대로 하는 그 양이 진짜 나지, 이게 주변 상황이 바뀌어서 영어가 아니라 수학 시험공부를 할 때도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양은 그 정도라는 것을 발견하게 돼요. 그래서 제가 살아갈 때 여건에 대한 불평, 원망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시험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오히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이게 진짜 내 능력이니까 오히려 나한테 주어진 일에 대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면 그게 진짜 자기 능력인 것 같아요.

불평만 한다면 인생낭비인 것 같고요, 오히려 그게 아니라 불평하지 않으면 선택은 딱 두 가지만 남습니다. 너무 힘들더라도 자기한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서 자기가 어떤 순간에도 할 수 있는 능력을 넓히는 기회로 사용하든지, 아니면 아예 그걸 벗어나는, 운명을 바꾸는 선택을 하든지. 그게 자기 인생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불평하면서, 시간낭비하면서 오히려 자기 능력을 자꾸만 축소시키는 그래서 상황이 좋아져도 여전히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게 오히려 더 나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말씀 들으면서 했어요. 


 


- 사회를 바꿀 수도
개인이 열심히 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를 바꿀 수 있겠지요. 개인이 이중생활을 하면서 무언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사회의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백신 개발자로 살면서도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의사나 변호사나 청소부나 다 같이 잘 살 수 있어서 굳이 생계 때문에 직업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나라였다면 달랐겠지요. 

안 샘은 개인에게는 '현재 하는 것을 죽도록 열심히 하던가, 하나를 포기하라'는 처방을 내렸고, 사회에는 '불공정한 구조이다. 기성세대로서 참 미안하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제 조카가 대학생이 될 20년 후에는 이중생활을 하지 않아도 청년들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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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i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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